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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화학 14. DNA 중합효소를 발견한 아버지 콘버그

1. 최근에 2006년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로저 콘버그(Roger D. Kornberg, 1947~ )가 건국대학교 석좌교수로 임용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러플린(Robert B. Laughlin, 1950~ ) 전 카이스트 총장이 199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고, 1988년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엘리온(Gertrude B. Elion, 1918~1999)이 노벨상 수상 전에 한 때 우리나라에 교환교수로 와 있기도 했으며, 1987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페더슨(Charles J. Pedersen, 1904~1989)이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부산에서 출생했으니 우리나라가 속지주의를 택했다면 최초의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로 기록될 뻔하기도 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있는 노벨상 수상자를 찾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로 결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교수로 온다고 하니 앞으로 그가 한국과학계에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인지 기대가 된다. 콘버그가 건국대 석좌교수로 발령받는다는 기사를 읽다 보면 그가 ‘분자 수준에서 진핵세포 전사과정의 기초를 다진’ 연구업적으로 작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으며, ‘DNA 중합효소를 발견’하여 195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아버지(Arthur Kornberg, 1918~ )에 이은 2대에 걸친 수상이라는 내용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들도 대단하지만 그의 아버지의 연구업적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20세기가 끝나기 전, 지난 한 세기 동안 물리학계 최고의 발견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라면, 생명과학계의 최고의 발견은 왓슨(James D. Watson, 1928~ )과 크릭(Francis Crick, 1916~2004)이 DNA가 이중나선 구조를 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라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1944년 에이버리(Oswald Theodore Avery, 1877~1955)가 DNA가 유전을 담당하는 물질임을 증명한 후부터 여러 과학자들이 DNA가 어떤 구조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해 왔으며, 결과적으로 왓슨과 크릭은 1953년에 DNA가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함으로써 DNA 구조를 결정하기 위한 경쟁에서 승리자가 되었고, 덤으로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손에 넣었다. 왓슨과 크릭의 발견이 있은 직후 과학계의 가장 큰 관심 중 하나는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유전정보를 가진 DNA가 어떤 방법으로 전해지는가 하는 것이었다. 아버지 콘버그는 이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기전을 제시하였고, 그가 발견한 효소는 훗날 생명과학과 분자생물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함으로써 그의 이름이 역사에 널리 기억되게 하였다. 중학교 생물시간에 선생님께서 몇 번씩이나 강조하여 가르치는 내용 중에 ‘세포분열’이 있다.

 

세포 중앙에 위치한 핵이 어느 순간에 사라지면서 세포 중앙에는 실타래 모양을 한 물질이 두 줄로 늘어섰다가 양쪽으로 반씩 나뉘어 끌려간 다음 세포가 둘로 분열되고 잠시 후에 각각의 세포에 핵이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핵 속에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인 DNA가 들어 있지만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더라도 DNA는 보이지 않는다. 왜냐 하면 DNA가 내보내는 빛이 가시광선 중 가장 파장이 작은 보라색보다 더 낮은 파장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포분열 중간쯤에는 DNA가 실타래 모양을 이룬 채 세포 중앙 부분에 배열을 하게 되는데 이때 볼 수 있는 실타래 모양의 덩어리를 염색체라 하며, 사람은 23쌍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염색체는 1번부터 22번까지 고유번호를 가지고 있으며, 남녀 구별 없이 22쌍의 염색체는 같은 것을 가지지만 23번째 것은 남자의 것이 XY, 여자의 것이 XX로 서로 다르다. 세포의 핵 속의 DNA는 세포가 분열하기 전에 복제되어 두 배로 늘어난다. 즉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양이 두 배로 늘어난 후 세포가 분열되어 두 개로 나뉠 때 DNA를 반씩 나누어 가짐으로써 원래의 세포(모세포)와 같은 유전자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 콘버그의 연구업적은 세포 내의 DNA가 두 배로 복제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DNA 중합효소를 발견한 것이다. 그의 발견에 의해 유전정보를 지닌 DNA가 세포분열 때마다 둘로 쪼개지는 딸세포에 똑같이 전달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대장균에서 DNA 중합효소를 처음 분리하였으며, 후에 대장균에는 그가 분리한 DNA 중합효소 외에 다른 중합효소도 들어 있고, 사람을 비롯한 동물은 비슷하기는 하지만 대장균의 것과 다른 종류의 DNA 중합효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왓슨과 크릭은 DNA가 이중나선 구조를 하고 있음을 밝힌 후에 DNA가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가 RNA로 전달되고, RNA로 전달된 유전정보를 이용하여 세포질에 위치한 리보좀에서 단백질을 합성할 것이라는 학설(central dogma)을 1958년경에 발표했다. 이것은 오늘날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아주 간단한 이 개념이 분자생물학이 탄생하고 오늘날 생명과학의 중심이 되는 학문으로 발전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원리다. 왓슨과 크릭의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에서 DNA로부터 DNA가 합성되는 복제(replication) 과정은 콘버그가 발견한 DNA 중합효소가 매개하는 과정이며, DNA로부터 RNA가 합성되는 전사(transcription) 과정은 역시 1955년 오초아(Severo Ochoa, 1905~1993)가 발견한 RNA 중합효소가 매개하는 과정이다. 오초아는 콘버그와 함께 195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으나 노벨상 수상을 전후해 그의 업적에 문제가 있음이 발견되기도 했다. 건국대 석좌교수로 한국땅을 밟게 된 콘버그의 아버지는 분자생물학의 가장 중요한 개념을 정립하는데 일조를 했을 뿐 아니라 후대의 생명과학자들이 그가 발견한 효소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학문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실험방법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이룬 훌륭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이다.